강간죄 무혐의|거짓말탐지기 거짓반응에도 합의된 성관계 인정 불송치

강간죄 피의자의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거짓반응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혐의없음 불송치된 사례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는 거짓반응이 나왔지만, 수사기관은 검사결과만으로 혐의를 판단하지 않고 전체 증거와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강간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1.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은 지인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음에도 강간 및 강간미수 혐의로 고소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수사 과정에서 무려 세 차례에 걸쳐 피의자신문을 받았고, 거짓말탐지기 검사에도 응했습니다. 더욱 불리했던 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의뢰인의 진술이 이른바 ‘거짓반응’으로 판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검사결과서에는 의뢰인의 검사결과가 거짓반응으로 판정되었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강간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현태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 결과에 방어의 초점을 빼앗기지 않고, 다음과 같은 객관적 정황을 중심으로 사건을 다시 구성했습니다.

  • 고소인이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할 기회를 이용하지 않은 점
  • 성관계 전후의 행동이 강간 피해자의 일반적인 행동과 현저히 다른 점
  • 성관계 후 의뢰인에게 마사지를 요청하거나 함께 잠을 잔 정황
  • 성관계 후 의뢰인의 차량에 장시간 자발적으로 동승한 점
  • 이동 중 손을 잡는 등 친밀한 행동을 한 점
  • 사건 다음 날 의뢰인에게 돈을 요청한 점
  • 사건 발생 약 한 달 뒤에야 고소장이 접수된 점
  • 고소인의 진술과 객관적인 통화·결제·이동 정황이 일치하지 않는 점
  • 의뢰인의 진술이 세 차례 조사에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된 점

그 결과 경찰은 강간 및 강간미수 혐의에 대하여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고소인은 이후 별도의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고, 사건은 더 이상 형사절차로 이어지지 않은 채 종결되었습니다.

거짓말탐지기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가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부합하는지를 검증하는 것입니다.


2. 사건 개요

의뢰인과 고소인은 과거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이름만 아는 관계가 아니라, 상당한 기간 동안 연락을 주고받고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었으며, 고소인이 의뢰인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한 적도 있었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두 사람은 업무와 관련된 사정을 계기로 만나 함께 이동했습니다. 이후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뒤 지인들과 추가로 시간을 보냈으며, 늦은 시간 숙박업소로 이동했습니다.

의뢰인은 처음부터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두 사람은 합의하에 숙박업소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 폭행이나 협박은 전혀 없었다.

반면 고소인은 의뢰인이 차량 안에서 자신을 강간하려 했고, 이후 숙박업소로 데려가 강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소인의 주장에 따라 의뢰인은 강간 및 강간미수 혐의로 입건됐고, 2024년 1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경찰조사를 받았습니다.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의뢰인은 성관계 사실 자체를 숨기지 않고 인정하면서도, 고소인이 거부하거나 저항한 사실이 전혀 없었으며 성관계는 상호 동의하에 이루어졌다고 진술했습니다.

이후 제2회 조사에서는 고소인의 구체적인 주장과 객관적 자료를 하나씩 대조하는 조사가 이루어졌고, 의뢰인은 기존 진술을 다시 확인하면서 고소인의 주장과 다른 이동 경위, 통화 상황 및 성관계 전후의 행동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양측 진술이 정면으로 충돌하자 의뢰인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권유했습니다. 의뢰인은 결백을 밝히기 위해 검사에 응했지만 검사결과는 예상과 달리 ‘거짓반응’으로 나왔습니다.

의뢰인에게는 사건의 실체보다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이 생겼습니다. 실제 제3회 조사에서도 수사관은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제시하며 의뢰인에게 기존 진술이 거짓이 아니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이 사건은 바로 이 지점에서 변론의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3. 사건의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성관계가 있었는가”가 아니었습니다.

의뢰인도 성관계 사실은 처음부터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쟁점은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성관계가 폭행·협박에 의한 것이었는가

형법상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피의자가 폭행 또는 협박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현행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다음 사실을 구분해야 했습니다.

  • 성관계가 있었는지
  • 고소인이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는지
  • 의뢰인이 폭행 또는 협박을 사용했는지
  • 의뢰인이 고소인의 반대 의사를 인식했는지

합의된 성관계가 사후 갈등으로 강간 고소로 전환된 사건에서는 특히 성관계 전후의 객관적 정황이 중요합니다.

둘째, 거짓말탐지기 거짓반응이 의뢰인의 진술을 배척할 근거가 되는가

이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는 사람이 실제로 거짓말을 했는지를 직접 판독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질문에 대한 심박수, 혈압, 호흡, 피부전도 반응 등 생리적 변화를 측정한 뒤 검사관이 이를 해석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피검사자가 실제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요인으로 비정상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극도의 긴장과 불안
  • 건강 상태와 복용 약물
  • 검사 환경에 대한 공포
  • 질문의 표현과 이해 방식
  • 검사자와 피검사자 사이의 의사소통
  • 피검사자의 성격과 심리상태

대법원도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의 증거능력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으며, 요건을 갖추더라도 독립적인 직접증거가 아니라 제한적인 정황증거로 취급합니다.

따라서 변호인은 “검사결과가 틀렸다”는 추상적인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검사결과와 실제 사건의 객관적 정황이 왜 일치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했습니다.


4. 의뢰인에게 불리했던 요소

이 사건은 처음부터 무혐의를 낙관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1) 고소인이 구체적인 강간 피해를 진술한 점

고소인은 차량 안에서 의뢰인이 자신의 신체를 누르고 성관계를 시도했으며, 이후 숙박업소에서 강제로 성관계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목격자나 영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다고 평가되면 피의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의뢰인이 성관계 사실 자체를 인정한 점

의뢰인은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고소인의 비동의 진술을 신뢰할 경우,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는 사건보다 훨씬 빠르게 혐의가 인정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3) 거짓말탐지기에서 거짓반응이 나온 점

의뢰인은 결백을 밝히겠다는 생각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응했습니다. 그러나 검사에서는 차량 안에서 고소인의 신체를 눌렀는지 등에 관한 질문에서 거짓반응이 나온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수사관은 제3회 조사에서 이 결과를 제시하며 의뢰인의 기존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의뢰인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하면서도 기존 진술을 번복하지 않았습니다.

4) 세 차례의 반복 조사를 받은 점

의뢰인은 2024년 12월 30일 제1회 조사, 2025년 2월 20일 제2회 조사, 2025년 3월 16일 제3회 조사를 받았습니다.

반복 조사는 피의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줍니다. 같은 사실을 반복해서 설명하다 보면 표현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고, 그 차이가 진술 번복이나 모순으로 해석될 위험도 있습니다.

5) 의뢰인의 건강 및 심리상태가 검사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었던 점

의뢰인은 검사 당시 신체적·심리적 긴장에 취약할 수 있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변호인은 관련 의료자료를 제출하며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피검사자의 건강 상태와 심리적 반응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 사건 검사결과 역시 신뢰성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공개 글에서는 구체적인 질병명과 병원명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는 것이 적절합니다.


5. 김현태 변호사의 변론 포인트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거짓말탐지기 결과와 정면으로 감정적인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거짓말탐지기에서 거짓반응이 나왔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단순히 부정하면 오히려 방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김현태 변호사는 검사결과를 인정하되, 그 결과와 배치되는 객관적 정황을 하나씩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1) 사건 전부터 존재한 두 사람의 관계를 객관화했습니다

의뢰인과 고소인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난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고, 함께 식사하거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으며, 고소인이 의뢰인에게 반복하여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한 자료도 존재했습니다.

변호인은 계좌거래내역, 카드사용내역, 메시지 및 부동산 관련 자료 등을 통해 두 사람이 단순한 업무상 지인보다 훨씬 긴밀한 관계였다는 점을 소명했습니다. 최초 의견서에는 두 사람의 관계, 사건 전 금전거래 및 사건 당일의 상세한 이동 과정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정만으로 성관계의 동의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친밀한 관계가 현재의 성적 동의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변호인은 두 사람의 관계를 동의의 직접증거로 주장한 것이 아니라, 고소인이 설명한 일방적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실제 관계와 일치하는지를 검증하는 배경자료로 활용했습니다.

2) 고소인이 도움을 요청할 기회를 이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고소인은 의뢰인이 자신을 차량에 태운 뒤 강간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동 과정에서 고소인은 다음과 같이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있었습니다.

  • 숙박업소 관계자와 통화하거나 마주칠 기회
  • 택시기사와 접촉할 기회
  •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도움을 요청할 기회
  • 자신의 휴대전화로 지인이나 경찰에 연락할 기회
  • 숙박업소에 도착한 뒤 외부로 나갈 기회

그럼에도 고소인이 특별한 구조 요청이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고소 내용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간접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성폭력 피해자가 반드시 즉시 구조를 요청하거나 도망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포나 충격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을 근거로 삼은 것이 아니라, 이후의 자발적인 행동까지 함께 검토했습니다.

3) 성관계 후의 행동이 고소 내용과 현저히 배치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변호인이 가장 중요하게 본 부분은 성관계 이후의 행동이었습니다.

수사자료에 따르면 고소인은 성관계 후 곧바로 도망가거나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의뢰인에게 신체 마사지를 요청했고, 의뢰인과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잤으며, 다음 날 의뢰인의 차량에 자발적으로 동승해 상당한 거리를 함께 이동했습니다.

제2차 변호인의견서는 다음과 같은 정황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 성관계 후 의뢰인으로부터 마사지를 받은 점
  • 숙박업소에서 함께 잠을 잔 점
  • 다음 날 의뢰인의 차량에 자발적으로 동승한 점
  • 차량 이동 중 의뢰인의 손을 잡은 점
  • 의뢰인과 장시간 함께 귀가한 점

이러한 사정은 강간 피해를 주장하는 진술과 쉽게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4) 사건 다음 날 금전 요청이 있었던 점을 제시했습니다

고소인은 사건 다음 날 의뢰인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일정 금액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의뢰인은 실제로 고소인의 요청에 따라 돈을 송금했습니다.

성범죄 피해 이후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에게 곧바로 금전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행동은 일반적인 피해 경과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사실만으로 고소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고소인이 주장한 피해의 심각성, 사건 이후 의뢰인과의 관계 및 고소 경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됐습니다.

5) 고소가 약 한 달 뒤에 이루어진 경위를 검토했습니다

사건은 2024년 11월 초 발생했지만 고소장은 약 한 달이 지난 2024년 12월 초 접수됐습니다.

성범죄는 여러 이유로 신고가 늦어질 수 있으므로, 신고가 늦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피해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사건과 고소 사이에 다음과 같은 사정이 존재했습니다.

  • 사건 다음 날 고소인이 의뢰인에게 돈을 요청한 점
  • 사건 직후 성관계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점
  • 두 사람 사이에 기존의 금전관계가 있었던 점
  • 의뢰인과 고소인의 업무 및 경제적 이해관계가 악화된 점
  • 경제적 갈등이 발생한 뒤 고소가 이루어진 점

변호인은 단순히 “신고가 늦었으므로 거짓”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고소 시점 전후의 전체적인 관계 변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분석했습니다.

6) 의뢰인의 진술을 세부적인 객관적 자료와 결합했습니다

의뢰인의 진술에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 특정 장소에서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른 방식으로 결제한 경위
  • 숙박업소를 변경하게 된 과정
  • 숙박업소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
  • 성관계 전후 고소인이 한 구체적인 말과 행동
  • 귀가 과정에서 손을 잡게 된 경위
  • 이동 중 나눈 대화
  • 사건 다음 날의 금전 요청

변호인은 통화내역, 결제내역, 메시지, 계좌이체 내역 등을 통해 의뢰인의 진술 가운데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보강했습니다.

제1차 의견서에는 사건 전 관계와 사건 당일의 시간대별 동선, 통화내역, 결제내역, 메시지 및 금전거래 자료가 대량으로 첨부되어 있습니다.

7) 거짓말탐지기 결과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변호인은 단순히 “거짓말탐지기는 믿을 수 없다”고만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했습니다.

  • 거짓말탐지기는 거짓 여부를 직접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라는 점
  • 심박수, 혈압, 호흡 등 생리적 반응을 기초로 판단한다는 점
  • 피검사자의 건강 상태와 심리상태가 검사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 의뢰인이 검사 당시 상당한 불안과 긴장을 겪고 있었다는 점
  • 의뢰인에게 생리적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강상 사정이 있었다는 점
  •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다른 객관적 증거와 배치된다는 점

제3차 의견서는 의뢰인의 건강 상태와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거짓말탐지기 결과의 신뢰성을 제한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8) 거짓반응 이후에도 진술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제3회 피의자신문은 사실상 거짓말탐지기 결과에 대한 추가 조사였습니다.

수사관은 의뢰인에게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거짓반응으로 나왔다고 알리고, 차량 안에서 고소인의 신체를 누르거나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없는지 재차 질문했습니다.

의뢰인은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고 답하면서도, 차량 안에서 강제적인 신체접촉을 하지 않았고 숙박업소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불리한 검사결과를 제시받은 뒤에도 진술이 본질적으로 유지됐다는 점은 최종 판단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6. 적용 법리

가. 형법 제297조 강간죄

형법 제297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폭행 또는 협박을 이용하여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성관계 사실은 다툼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성관계 전후의 행동, 당사자들의 관계, 이동 경위, 객관적인 통화 및 결제자료 등을 종합하여 폭행·협박과 비동의 성관계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나. 형사사건에서의 증명책임

피의자가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사기관과 검사는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고소인의 진술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진술에 합리적 의심이 남고 객관적 정황과 배치된다면, 피의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내려서는 안 됩니다.

특히 피의자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혐의를 인정하려면, 그 진술의 구체성·일관성·합리성뿐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과 부합하는지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다.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의 증거상 한계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그 자체로 범죄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아닙니다.

대법원 판례상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검사장치의 신뢰성, 검사방법의 적정성, 검사자의 전문성 및 피검사자의 상태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검사결과는 제한적인 정황증거로 평가될 뿐, 다른 객관적 증거를 배제하거나 유죄를 직접 인정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거짓말탐지기에서 거짓반응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다음 사항을 반드시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 검사 질문이 정확했는지
  • 질문의 전제가 실제 사건과 일치하는지
  • 피검사자가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 검사 당시 건강 상태가 적절했는지
  • 불안이나 심리적 압박이 과도하지 않았는지
  • 다른 객관적 증거와 검사결과가 일치하는지

이 사건에서는 거짓말탐지기 결과와 달리 의뢰인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정황이 다수 존재했습니다.


7. 결과

부산남부경찰서는 2025년 3월 20일 의뢰인의 강간 및 강간미수 혐의에 대하여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 결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죄명: 강간, 강간미수
  • 결정: 불송치
  • 결정 종류: 혐의없음
  • 주요 내용: 증거 불충분하여 불송치

수사결과통지서에도 위와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의뢰인은 세 차례에 걸친 피의자신문, 거짓말탐지기 조사 및 거짓반응이라는 불리한 상황을 모두 극복하고 형사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습니다.

고소인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후 이의신청을 제기하지 않았고, 사건은 추가적인 검찰 수사나 재판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8. 실무적 시사점

1) 거짓말탐지기에서 거짓반응이 나왔다고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피의자가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를 사실상 유죄 판결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는 수사 보조수단일 뿐입니다. 거짓반응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사건 전후의 통화내역, 카드결제, 위치정보, 메시지, 목격자, 이동 경로 등이 피의자의 진술을 뒷받침한다면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실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무혐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2) 거짓말탐지기 검사 동의는 신중해야 합니다

거짓말탐지기는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조사가 아닙니다.

결백한 사람도 “진실을 말하면 반드시 진실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 쉽게 검사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 당시 긴장, 건강 상태, 복용 약물, 질문 방식 등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에 동의하기 전에는 다음 사항을 검토해야 합니다.

  • 현재 객관적 증거가 누구에게 유리한지
  • 검사 질문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
  • 피검사자의 건강 상태가 적절한지
  • 검사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경우 대응이 가능한지
  • 검사 동의로 얻을 실익이 무엇인지

3) 성범죄 사건은 성관계 전보다 ‘성관계 이후의 행동’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합의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는 성관계 전의 분위기만큼이나 성관계 이후의 행동이 중요합니다.

  • 즉시 신고했는지
  • 상대방과 계속 함께 있었는지
  • 함께 잠을 잤는지
  • 상대방의 차량에 자발적으로 동승했는지
  • 친밀한 접촉이나 대화가 있었는지
  • 사건 이후 연락이 이어졌는지
  • 금전적인 요청이 있었는지

다만 피해자의 행동에는 개인차가 있으므로, 특정 행동 하나만으로 동의를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정황을 시간 순서에 따라 종합해야 합니다.

4) 첫 조사부터 진술의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세 차례 조사를 받았습니다.

첫 조사에서 부정확하게 답하거나 기억나지 않는 사실을 추측해 답했다면, 이후 조서와 충돌하면서 신빙성이 훼손될 수 있었습니다.

성범죄 피의자조사에서는 조사 전 다음 자료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 사건 전후의 시간표
  • 이동 동선
  • 결제내역
  • 통화내역
  • 메시지
  • 숙박업소 출입 경위
  • 술을 마신 양
  • 성관계 전후의 대화
  • 귀가 과정
  • 사건 이후 연락

5) 의뢰인에게 불리한 자료도 먼저 공개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좋은 변론은 불리한 자료를 외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명백히 불리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를 숨기지 않고, 왜 결과의 신뢰성이 제한되는지, 객관적 사실과 어떤 점에서 배치되는지를 정면으로 설명했습니다.

불리한 증거를 상대방이 먼저 해석하도록 내버려 두기보다, 변호인이 그 의미와 한계를 먼저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9. 부산성범죄변호사 김현태의 해설

강간죄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대응은 “합의였으니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합의라고 주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을 종결하지 않습니다. 수사관이 확인하려는 것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사실입니다.

이 사건은 거짓말탐지기에서 거짓반응까지 나왔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건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다시 배열하자 거짓말탐지기 결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고소인은 사건 전후 의뢰인과 상당한 시간 동안 함께 있었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성관계 후에도 의뢰인과 함께 머물렀습니다. 다음 날에는 의뢰인의 차량에 동승했고, 의뢰인에게 금전적인 도움도 요청했습니다.

무엇보다 의뢰인의 진술은 세 차례 조사에서 본질적으로 유지됐고, 통화내역·결제내역·메시지·계좌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와 상당 부분 부합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진술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진술만 봐서는 안 됩니다.

누가 더 강하게 주장하는지가 아니라, 누구의 진술이 객관적인 사실과 더 많이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거짓말탐지기는 사건의 결론이 아닙니다.

거짓말탐지기에서 거짓반응이 나오더라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그 결과의 한계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실반응이 나왔더라도 다른 증거가 불리하다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강간죄로 고소된 경우에는 피의자신문조서를 받은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첫 조사 전에 사건 전체의 시간표와 증거구조를 완성해야 합니다.

한 번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이후의 조사와 검찰 판단, 재판까지 계속 따라갑니다.

특히 합의된 성관계가 강간으로 고소된 사건은 감정적인 해명보다 다음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 사건 전 관계를 객관화하는 자료 확보
  • 사건 당일 시간대별 동선 정리
  • 카드결제·통화·메시지·계좌내역 분석
  • 고소 내용과 객관적 자료의 모순 확인
  • 성관계 전후 행동의 시간순 재구성
  • 조사 예상 질문과 답변 검토
  • 진술하면 안 되는 추측과 과장 구분
  • 거짓말탐지기 검사 동의 여부에 대한 사전 검토

성범죄 사건은 말로만 방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록 속에 흩어진 사실을 하나의 논리로 연결할 때 비로소 방어가 시작됩니다.


작성자

김현태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법률사무소 나인(부산)

최초 작성일: 2026년 7월 16일
최종 수정일: 2026년 7월 16일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