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를 만드는 증인신문 기술 : 기본이론편』 연재 시리즈 2
많은 변호사들은 증인신문을 단순히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듣는 절차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형사재판에서 성범죄 증인신문은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유리한 절차가 아닙니다. 질문 하나에도 명확한 목적이 존재해야 하며, 그 목적에 따라 질문의 내용과 순서, 표현 방식까지 모두 달라집니다.
실무에서는 같은 증인을 상대로도 어떤 사건에서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고, 다른 사건에서는 기존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는 것이 핵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구성요건의 특정 요소만 공격해도 무죄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형사재판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성범죄 증인신문을 네 가지 목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각각의 목적에 맞는 질문 설계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1. 증인신문은 목적이 먼저이고 질문은 그 다음이다
많은 초임 변호사들은 증인신문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질문지를 작성합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순서가 반대입니다.
먼저 왜 질문하는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목적이 정해져야 필요한 질문만 남게 되고, 불필요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제거됩니다.
질문의 수가 많다고 좋은 증인신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목적 없는 질문은 상대방에게 설명할 기회를 제공하고, 재판부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스스로 유리한 사실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범죄 증인신문에서는 질문 자체보다 목적을 먼저 설정하는 사고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새로운 사실을 끌어내기 위한 증인신문
첫 번째 목적은 새로운 사실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영미법에서는 반대신문이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검증하는 절차라는 설명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형사재판은 다소 다릅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참고인이나 제3자의 증언을 통하여 기존 기록에 존재하지 않던 중요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수사기록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사건 직후 피해자의 태도
- 주변인의 관찰 내용
- 사건 전후의 대화
- 평소 관계
- 자연스러운 행동 변화
이러한 내용은 증인신문을 통하여 처음 밝혀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새로운 사실이 하나 확인되면 사건 전체의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증인신문을 준비할 때에는 기록에 없는 빈 공간이 어디인지 먼저 찾아야 합니다.
3. 기존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기 위한 증인신문
실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목적입니다.
형사재판은 결국 사실인정의 과정이며, 사실인정은 대부분 진술의 신빙성 평가를 통하여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변호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증인의 진술을 무조건 거짓이라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가 그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공격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억의 변화
초기 진술과 법정 진술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객관증거와의 충돌
CCTV, 통화내역, 문자메시지와 다른 부분을 확인합니다.
상식과 맞지 않는 행동
일반인의 경험칙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확인합니다.
반복되는 진술 변경
시간이 지날수록 진술이 계속 추가되거나 수정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영미법에서 말하는 Impeachment(신빙성 공격)의 핵심 원리와도 연결됩니다.
중요한 것은 “거짓말을 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라는 인식을 재판부에게 형성하는 것입니다.
4. 법적 구성요건을 무너뜨리기 위한 증인신문
숙련된 형사변호사는 사건 전체를 공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성요건을 이루는 핵심 요소 하나를 집중적으로 공격합니다.
예를 들어,
준강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존재했는가.
강제추행
강제성이 존재하는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정도의 행위인가.
스토킹
반복성은 인정되는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실제 발생하였는가.
사기죄
기망행위가 존재하는가.
그 기망으로 처분행위가 이루어졌는가.
이처럼 구성요건의 특정 요소 하나만 무너지더라도 범죄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범죄 증인신문에서는 사건 전체를 부정하기보다, 법률상 반드시 입증되어야 하는 요소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5.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한 증인신문
앞에서 설명한 세 가지 목적은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합니다.
바로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실을 확보하는 이유도,
신빙성을 공격하는 이유도,
구성요건을 흔드는 이유도,
결국은 재판부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좋은 증인신문은 증인을 이기는 신문이 아닙니다.
재판부를 설득하는 신문입니다.
훌륭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습니다.
증인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재판부가 자연스럽게 의문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재판부가
“정말 그랬을까?”
“이 진술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아직 의심이 남는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증인신문은 이미 성공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6. 목적 없는 질문은 좋은 질문이 아니다
실무에서 초임 변호사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는 질문을 많이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질문의 양은 승패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 하나하나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연결될 때 비로소 증인신문은 설득력을 갖습니다.
증인을 상대로 무엇을 물을 것인가보다,
왜 그 질문을 하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자리 잡으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증인신문의 완성도는 오히려 크게 향상됩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핵심 정리
- 모든 성범죄 증인신문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한다.
- 질문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 새로운 사실 확보는 기록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 신빙성 공격은 재판부의 의심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 구성요건 공격은 가장 적은 질문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는 전략이다.
- 모든 증인신문의 최종 목적은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이다.
- 증인을 이기려는 사람이 아니라 재판부를 설득하는 사람이 좋은 형사변호사이다.
핵심 체크리스트
☑ 증인신문의 목적을 먼저 정했는가?
☑ 새로운 사실을 확보해야 하는 사건인가?
☑ 신빙성을 공격해야 하는 사건인가?
☑ 구성요건을 공격해야 하는 사건인가?
☑ 모든 질문이 재판부 설득과 연결되는가?
☑ 목적 없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가?
※ 본 글은 『무죄를 만드는 증인신문 기술』의 일부 내용을 바탕으로 홈페이지 독자를 위해 소개한 것입니다.
※ 실제 출판되는 교재의 내용과는 일부 구성 및 설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무죄를 만드는 증인신문 기술』은 실제 재판 경험을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서적입니다.
© 김현태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부산성범죄변호사
법률사무소 나인(부산)
